12월의 다빈씨네 영화방 <상희>

: 김무늬 감독, 이건휘 PD 인터뷰

배우지망생 상희(김도희)는 생계유지와 꿈 사이에서 머뭇거리지만 가만히 머무르지는 않는다. <상희>는 정적인 분위기의 극영화이지만, 사실 영화 속 상희와 영화 밖의 김무늬 감독이 뿜어내는 어마어마한 열정과 아우라를 품고 있다. 감독이기 전 배우인 김무늬 감독은 다큐멘터리 같은 현장감을 살려, 상희의 마음이 관객에게 온전히 가 닿게 했다. 이 정도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성공적인 연출 데뷔다.


영화를 직접 소개한다면?

김무늬 감독 상희라는 인물이 생계와 본인이 원하는 꿈 사이에서 계속 고민하고 머뭇거리는 그런 내용의 영화입니다.

제목을 ‘상희’라고 지은 이유가 있을까요?

이건휘 PD 기억하는 건 처음 제목은 ‘민지’였어요. 당시 제가 따로 쓰던 시나리오에 상희라고 써놓은 게 있었는데, 상희라는 이름이 김무늬 감독님 이야기에 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때 바꾼 것 같아요.

김무늬 감독 잘 기억이 안 났는데 건휘 님 말씀대로 이야기를 나눴었고, 제 생각에는 상희라는 이름도 보편적이고 약간 투박한 이름 같았어요. 이름이 주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중성적이면서도 보편적인 느낌이 들어요. 편집을 다 할 때까지도 오랫동안 제목을 못 정했다가 이야기를 나누고 딱 결정했어요.

이건휘 PD 처음에는 제목이 없었죠.

영화 마지막에 뜨는 ‘상희’라는 타이틀은 누구의 글씨인가요?

김무늬 감독 제가 아이패드에 썼어요.

상희는 동료배우이자 남자친구와 매일 저녁 통화를 합니다. 상희를 격려하는 듯하지만 오히려 마음을 몰라주고 속을 다 긁어놓는 캐릭터였어요.

김무늬 감독 소통이 잘 안 되는 연인을 그려보고 싶기는 했어요. 연출로서 잘못인 것 같기도 해요. 왜냐하면 저는 남자친구를 못 되게 설정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영화를 본 사람들이 “진짜 남자친구 못 됐다. 어떻게 저러냐” 하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웃음)

남자친구가 일단 물리적으로 절대 등장도 안 하고 목소리만 계속 나오고 건너편에 있는 인물로서 조언만 늘어놓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그냥 그렇게 했던 이유는 사실 상희의 마음을 투영하려는 의도였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에는 주변 여러 인물 관계를 놓고 그걸 표현하려고 했는데, 일물마다 그런 관계를 일일이 쓰는 게 너무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단면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사랑하는 사이에 소통이 안 되게 해본 거죠. 막 역정을 내시면서 말씀해 주셔서 이렇게도 해석이 되는구나 싶었어요.

이건휘 PD 아예 의도하지 않은 건 아닐 거예요. 주변에 비슷한 지인을 보기도 했어요.



남자친구의 말을 듣는 모습도 그렇고, 친구들과 있을 때에도 상희는 항상 듣기 바쁜 사람인 것 같아요.

김무늬 감독 제 마음을 반영한 것 같아요. 무조건 그렇게 듣고 잘 듣고 의사 표현 못하고 이런 사람은 아니지만,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이만큼 있는데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사람들한테 내 불안한 마음들을 솔직하게 터놓기보다는 그냥 애써 웃을 때도 많았고요. 근데 사실 누구나 그럴 때 있잖아요.

그리고 상희를 배경으로 두고 싶었어요. 제가 ‘나는 배경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자존감이 내려갔을 때 저의 마음이 투영된 것 같아요. 배경 같은 마음... 그러면서도 배경인 사람(상희)에 초점을 맞춰보고 싶었습니다.

첫 연출작인데 기승전결이 있는 극적인 방식은 택하지 않으신 것 같아요. 조금 더 힘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거나 걱정은 없으셨나요?

이건휘 PD 김무늬 감독은 느끼한 걸 정말 싫어하세요.

김무늬 감독 제가 참 느낌으로 말하는 사람이네요.(웃음) 건휘 님이 참 힘드셨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저는 항상 느낌으로 이야기하거든요. <상희> 구상할 때에도 어떤 형식을 생각하기보다 ‘조금 더 삶에 맞닿아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했어요. ‘최대한 솔직한 게 뭘까, 정말로 내가 실제적으로 느꼈었던 게 뭘까’ 생각하면서 오버하지 않고 느끼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면서 말할 수 있는 방법을 추구했던 것 같아요.

상희 역의 김도희 배우와의 촬영은 어땠나요? 다른 배우들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무척 사실적으로 연기해서 배우가 맞나 헷갈렸을 정도였어요. 특히 동사무소 직원 역할을 맡은 배우도 인상적이었어요.

김무늬 감독 일단 나오는 배우분들은 다 배우는 맞아요. 연기 스터디를 오랫동안 같이 해온 동료 스터디 원들이에요. 김도희 배우는 저보다 단편영화도 많이 찍고 경력이 긴 친구인데, 촬영 전에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외로운 마음, 소외된 마음에 대해서 제가 글을 좀 많이 쓰라고 했었어요. 그리고 연기하기 전에는 마음이 너무 힘들면 쓴 글을 가만히 읽고, 준비가 되면 그냥 편하게 시작하라고 말했어요. 편하게 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이건휘 PD 저희 스텝이 저를 포함해서 다 배우였어요. 그래서 배우가 연기를 할 수 있게 최대한 시간을 많이 주는 게 저희가 할 수 있는 거였어요. 배우가 준비할 수 있게 20분이건 30분이건 시간을 줬어요.

김무늬 감독 그게 저희 팀이 작업하는 데 가장 장점이라고 생각을 해요. 동사무소 직원 역할은 정지호 배우인데, 뮤지컬에서든 영화에서든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어디에서든 그냥 자기 자신이에요. 저 사람 되게 배우 느낌이 아닌데 되게 매력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오디션 장면에서 상희가 사탕을 받고 허탈하게 느끼는 그 순간의 디테일도 대단해요. 나중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사탕을 까먹잖아요. 두 장면이 그렇게 이어지는 게 참 좋더라고요.

김무늬 감독 그 사탕은 배우들이 정말 숱하게 많이 겪어요. 저도 오디션에서 받아본 경험이 있어요. 그걸 상희가 아무렇지 않게 먹게 하고 싶었어요. 아무렇지 않게.

이건휘 PD 저는 삶은 계란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삶은 계란에 코팅해서 엄청 따뜻했던... 연극 오디션이었는데 그분이 너무 말을 험하게 하셨어요. 별 얘기 다 듣고 나왔는데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계란을 주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게 뭘까’ 하면서 사진을 찍은 적도 있어요.

김무늬 감독 아이러니하잖아요. 되게 현장은 냉정했는데 그런 따뜻한 글귀가 되게 저는 재밌었던 것 같아요.

엔딩곡은 무척 웅장해요. 앞선 영화의 결과 조금 다른 곡이에요. 엔딩곡을 선곡한 이유는요?

김무늬 감독 제목이 ‘마음속의 풍경’이에요. 노래 가사에 꽂혀서 정했고요. 상희가 앞으로 걸어가면서 끝나게 되는데, 그 가사의 내용이 상희가 걸어가야 할 마음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어요.

영화제에서 상영하고 반응도 많이 올라오곤 했는데, 관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김무늬 감독 <상희>라는 영화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게 저에게 더 위로가 되더라고요. 앞으로 만나게 될 관객분들에게도 많은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채소라 (필름다빈 매니저)

그림 정어리 (일러스트레이터)

[다빈씨네 영화방]은 매달 마지막 주, 단편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주로 짧은 러닝타임을 뒤로하고 긴 여운을 남긴 주인공들의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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