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다빈씨네 영화방 <알로하>

하와이보다 따뜻한 나날들


<알로하>는 끝나는 순간부터 새롭게 보이는 영화다. 결말을 알고 다시 곱씹어 보면 거의 반전 영화처럼 느낌이 전혀 달랐다.

반짝이는 햇살과 ‘솨아-’ 하는 파도 소리, 제목처럼 하와이를 떠올리는 오브제들… 사랑스러운 장면들로 가득한데, 처음에는 그게 다 야속하게 느껴진다. 그 가운데에서 살아내는 인물들은 삶이 쓸쓸하거나 고단하기 때문이다.

친척 집에 얹혀사는 진영은 ‘하와이 고모'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하와이 고모는 언젠가 "자리를 잡으면" 진영을 데리러 온다고 했다. 진영은 함께 사는 사촌 소라와 함께 용돈 벌이를 하며 지낸다. 알바하는 형에게 전달받은 전단을 나눠 갖고 아파트 문에 집집마다 붙이고 다니었던 어느 날, 우연히 남의 집 문밖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아들, 저녁 먹어.” 엄마, 아빠와 따로 사는 진영은 한껏 주눅이 든다.

그때 마침 쓸쓸해진 진영의 전화벨이 울린다. "진영이랑 나랑 약속도 했잖아. 한국으로 슝- 날아갈 거야." 하와이 고모의 달콤한 안부 인사. 이제야 흐드러지게 핀 꽃과 환한 햇살이 들뜬 진영의 눈에 들어온다.

진영이 얹혀사는 소라네도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다. 소라는 돈 벌러 나간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을 대신하고, 그의 엄마는 일이 고단한지 종종 술에 취해 귀가한다. 하와이 고모가 전화를 한 날 밤, 소라의 엄마는 이런 고백을 한다. "내가 너 데려가라고 했어." 어린 진영에게는 기쁜 소식이지만, 그도 언젠가 알게 될 속뜻은 삶의 고단함이다.



진영은 ‘지상 낙원'이라 불리는 하와이에 갈 수 있을까? 막연한 진영의 꿈에 동조하게 될 때 즈음, 이 아이는 아주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 말로만 데리러 오겠다고 하던 하와이 고모를 더는 기다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스스로 희망 고문에서 벗어나 소라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애틋하다.

하와이라는 잡을 수 없는 환상에 가려져 깨닫지 못한 현실은 의외로 희망적이다. 언제든 변함없이 피는 꽃과 눈 부신 햇살, 한솥밥을 함께 할 수 있는 따뜻한 집과 식구들. 진영은 이제 예쁜 꽃이 핀 동네와 넉넉하지 않아도 따뜻한 집에서, 곁을 떠나지 않는 식구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지 않을까?


김다솜 감독은 정말 가지고 싶었던 무언가를 포기하고 ‘언제나 나를 기다리는 사람에게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알로하>가 끝나는 순간부터 희망적인 <알로하>가 마음에 남는다.


글 채소라(필름다빈 매니저)

그림 정어리(일러스트레이터)

[다빈씨네 영화방]은 매달 마지막 주, 단편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주로 짧은 러닝타임을 뒤로 하고 긴 여운을 남긴 주인공들의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