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다빈씨네 영화방 <너의 오름>

7일 전 업데이트됨

: '너의 오름' 배우 장선 인터뷰


<너의 오름>은 이윽고 만난 두 모녀를 기억하고 싶은 바람이 담겼다. 제주도의 오름을 오르던 포토그래퍼(배우 장선)가 우연히 만난 두 모녀에게 기념사진을 부탁받는 이야기. 필름 없이 텅 빈 카메라 앞에서라도 10대인 딸을 품에 안고 싶었던 엄마의 사연을 박석영 감독이 시적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장선 배우는 두 모녀의 사연을 깊이 새기며 <너의 오름>에 참여했다.


남기고 싶어도 남길 수 없는, 만날 수 없지만 애타게 그리운 아이들

영화 <너의 오름>과 어떻게 처음 만났나요?

박석영 감독님 대신 이 이야기를 대신 전달해도 되는지 조심스럽네요. 작년 4월에 감독님과 함께 작업했던 영화 <바람의 언덕> 개봉 당시에 세월호 사건의 유가족분들이 영화를 보러 와주셨어요. <바람의 언덕>은 아이를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영분이라는 여자가 고향에 돌아왔다가 본인이 두고 떠났던, 이제 어른이 된 한희라는 딸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G.V. 말미에 유가족이신 한 어머님께서 “다음 작품에는 엄마와 아이가 꼬-옥 껴안는 장면을 넣어주세요. 보고 싶어요”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감독님 마음에 그 말씀이 계속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세월호 유가족분의 부탁에서 시작된 영화네요. 포토그래퍼 역할을 제안받은 이유도 궁금해요.

그 이야기를 들은 자리에 함께 있기도 했고요. 어떻게 보면 제가 맡았던 포토그래퍼는 감독님의 마음이 많이 담긴 인물인 것 같거든요. 아이와 엄마, 제주, 배가 들어오는 소리처럼 세월호를 의미하고 있는 것들이 많은 부분에 담겨 있는 영화가 될 텐데, 그런 고민들을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주셨던 것 같아요!

배우님이 인터뷰에서 늘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연기하기가 많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맡은 인물에게 미안하지 않게 연기하고 싶다”고 말씀해오셨는데.

가장 큰 고민은 엔딩 장면에서 ‘어느 정도까지 인지하고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처음 보는 모녀가 찍어달라고 하시는데 다른 것들을 찍느라 필름을 다 써버린 상황인지, 어머님이 혼자 계시는데 누군가 옆에 있는 것처럼 찍어달라고 하시는 상황일지, 극 중에서도 세월호 유가족분들이고 아이를 제주에서 기다리던 어머님과 그런 어머님을 찾아온 아이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상황인지... 등등 촬영장에서 여러 가지 방향을 염두에 두고 촬영해봤어요.


구체적인 사연이 보이지 않는 영화라서 가능성이 다양했네요. 고민한 결과는요?

결론적으로는 관객이 눈치 못 채시더라도 극 중 포토그래퍼는 이 모든 상황을 다 인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촬영을 하게 되었는데요. 실제로 필름이 없기도 하지만 그동안 다른 것들을 찍느라 필름을 다 써버린 제가 이 두 분을 찍을 자격이 되는지, 벌써 이렇게 카메라 속에 담아내는 것은 괜찮은 건지, 감히 내가 그래도 되는 것일지, 필름도 없이... 무겁기도, 죄송하기도 한 마음으로 거절을 하다가 ‘그래도 괜찮다고 해주시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니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은 게 지금의 <너의 오름>이에요. 여전히 무겁고 걱정스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더라도,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드릴 수 있다면 그럼 된 거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촬영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겪은 아픔을 재현하는 작업이 조심스럽기는 해도, 한편으로는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일이기도 하네요.

조심스럽지만 이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고 더 마음을 담아야겠다는 마음이랄까요....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이 저한테는 어쩌면 <너의 오름>의 포토그래퍼처럼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하늘에서도 여기 지금 삶에서도 웃음 지으실 수 있기를 기도하는 것인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가끔은 당장 내 눈앞에 있는 것들 때문에 마음에 못 담아두는 때가 생기더라도요. 그리고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늘 기억해야 할 것 같아요.


글 채소라 (필름다빈 매니저)

그림 정어리 (일러스트레이터)


[다빈씨네 영화방]은 매달 마지막 주, 단편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주로 짧은 러닝타임을 뒤로 하고 긴 여운을 남긴 주인공들의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