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다빈씨네 영화방 <언팟>

5월 31일 업데이트됨


: '언팟' 박희은 감독 인터뷰


‘언팟’은 ‘화분에 심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pot’의 반대말이다. ‘화분에서 꺼내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땅에 발 딛고 서는 것을 탄생으로 본다면 땅에서 발을 떼는 것, 즉 ‘언팟’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떠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박희은 감독은 치매에 걸려 요양원 입원을 앞둔 경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영화 제목을 ‘언팟’으로 지었다.



미국에서 촬영한 영화더라구요.

아, 당시에 제가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미국에 있으면 미국이 모국 같고, 한국에 있으면 한국이 모국 같아요.


‘unpot’이라는 제목은 어떤 뜻이에요?

화분에서 꺼낸다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예요. 극 중 경자가 화분에서 화초를 꺼내서 심거든요. 그 행위를 제목으로 썼어요.

경자가 화분을 보살피는 오프닝 장면과도 연결되는 제목이네요.

화분에서 영화를 시작하고 싶었어요. 화분으로 끝나는 영화니까요. 그 화분은 곧 경자를 비유하는 메타포이기도 하는데, 경자가 자신은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믿고 싶다는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경자는 딸의 엄마이기도 해요. 엄마란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했어요. 영화에서 경자는 화분이든, 다 딸들이든 무언가를 보살피는 사람 같아요. 치매가 뒤에는 보살핌 받는 존재가 됐지만...

제게 있어서 엄마라는 존재는 자식을 자신보다 더 소중히 여기시는 분이에요. 모든 걸 다 희생하시는 분이죠.

경자의 눈빛 딸들을 위해 모든 희생했을 경자는 요양원 가기 전날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자포자기 같은 눈빛이더라고요.

굉장히 복잡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신이 바깥 세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일테니까요. 내일이면 감옥에 갇히는 느낌일 건데 그걸 저항할 수 없다는 게 서글플 것 같아요. <언팟>은 경자의 그런 심정에 대한 영화입니다. 딸들과의 관계에 대한 것은 사실 부수적인 것이고요.


엄마로서 살았을 경자의 삶이 궁금해져요.

바이오를 만들어 두었는데 보여드릴게요.

“경자는 40대 중반, 스텔라가 10살 때, 지니가 5살때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현재 그녀는 5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혼자 시니어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남편과 가구점을 20년째 하고 있다가 남편이 죽자 혼자 운영하기 힘들어 1년 여 운영하고는 가구점의 문을 닫았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그녀는 노인센터를 다니는 등 나름 활동을 하고자 했지만 우울증이 찾아오면서 동시에 그녀의 치매가 시작되었다. 경자는 강한 모성애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독립심이 강한 여성이다. 그래서 그녀는 굳이 자녀를 쫓아 동부로 가고싶어 하지 않는다. 설령 요양원에 가야하는 상황일지라도 그녀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한다.”

감독님한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누가 보면 어디 갖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는데. 혹시 말에 동의하시나요?

저는 동의가 안 되네요. 저한테 가족은 제 몸의 일부 같은 존재예요. 그래서 떨어져 있으면 그립고 마음 아프고 걱정되고 그래요. 그렇다고 해서 요양원에 부모님을 모시는 걸 안타깝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고 다 이유가 있으니까요. 그 부분에 대해 초점 맞춰서 논의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단, 요양원에 가는 부모님이 어떤 심정일지 더 구체적으로 알리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 영화 경자처럼 사회에서 멀어질 수도 있을 같아요. 감독님은 나이 드는 슬프게 느껴지기도 하나요? 어떻게 받아들이고 싶으세요?

20~30대의 혼돈을 느끼지 않고 지내기에 나이듦에 대해 감사하는 편이에요.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더 넓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에 대해 더 포용력이 생기고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되고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니까요. 많은 부분에서 관조하게 되고 관대해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경자가 밖을 바라보다가 차에 타는데 하늘을 비추더라고요.

마지막 컷을 고심했을 때 덜 직접적인 그림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녀는 떠났지만 그녀가 늘 바라보던 하늘을 포함한 풍경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뭐 그런 의미라고나 할까요.


여운이 많이 남았어요. 자유로워지고 싶었을 경자의 마음 같기도 했어요.

그런 해석도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영화를 봐주시는 분들 덕분에 계속 만들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글 채소라 (필름다빈 매니저)

그림 정어리 (일러스트레이터)


[다빈씨네 영화방]은 매달 마지막 주, 단편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주로 짧은 러닝타임을 뒤로 하고 긴 여운을 남긴 주인공들의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