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다빈씨네 영화방 <스리스리-타임>

: 박한샘 감독 인터뷰

카메라를 든 한샘, 건반을 치는 이듬, 그리고 시집을 필사하는 윤아. 세 소녀들은 각자의 취향을 서로 나누기도 하고 또 혼자 음미하기도 한다. 이들은 시골 마을에서 유유자적 한다. 그 모습에 ‘스리’슬쩍 스며들다 보면, 친구와 예술을 향한 애정 그리고 관객 각자에게 맡기는 그 무언가가 마음에 남는다.



영화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어떤 뜻인지도 궁금해요.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인데요.(웃음) 영어로 “three three time”이 '삼분의 삼박자’이거든요. 아, 물론 삼분의 삼박자라는 박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박자표기 방식을 빌려서 제가 만든 단어예요.

3개의 인물이 다소 이상적일 수 있는 관계를 맞춰가는 영화이기에 의미적으로 맞다고 생각했고… ‘Three Three - time’을 한글로 받아 적었을 때 그 글자 모양도 좋아요. 스리슬쩍 밀려드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래서 제목이 ‘스리스리 - 타임’이 되었습니다.(웃음)


처음 시나리오를 집필한 계기는요?

제가 처음 이 기획을 가지고 피칭 했을 때 발표한 기획의도를 그대로 말씀 드리는 게 제일 가감이 없을 것 같아요!

*

롤랑 바르트는 말했다.

“사진이란 나 자신이 타자로서 출현하는 것”이라고.

그의 말을 빌려, 사진을 다큐로 슬쩍 바꾸어본다.

“다큐란 어떠한 방식으로도 나 자신이 타자로서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진짜를 찍어내는 다큐 앞에 가짜들을 보고 만들어진 ‘나’가 존재한다.

이런 부조합의 결과로 나는 다큐멘터리에서 자꾸만 미끄러졌고, 나는 다큐멘터리를 포기하고 가장 나다운 방법으로, 거짓의 세계 속 진짜인 것들을 찍어내기로 했다.

*

영화는 페이크다큐 형식을 취하고 있어요. 장르적인 구상은 어떻게 하셨나요?

저는 다큐멘터리에 대해 일종의 동경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만이 가지는 날것의 느낌을 좋아했어요. 다큐를 찍는 과정에서 겪는 스스로의 생각 변화나 성장을 좋아했는데, 그걸 뭉뚱그려 “다큐멘터리를 동경한다”고 했던 거죠. 제가 좋아하는 요소들만 쏙쏙 골라와서 ‘나만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자’ 해서 만들다보니 페이크 다큐처럼 보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영화는 제작 방식이 조금 특이해요. 대강 시나리오의 뼈대는 세워놨지만, 살은 현장에서 만들어 나가는 즉흥연기로 촬영을 이어갔어요. 철저한 사전 준비가 꼭 필요했습니다. 사전에 한보배 배우와 전보름 배우가 실제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제 1의 과제였어요. 두 배우가 어떤 감성을 가졌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등 그런 것들을 알기 위해 서로 글을 주고 받고 대화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느낀 바를 각각 캐릭터 구축에 사용했고요. 배우들도 자신과 캐릭터를 붙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특히 전보름 배우는 실제로 영화 음악을 맡은 전우진 감독님께 미디 강의를 받으러 서울에서 천안을 오고가기도 했어요. 이런 노력들이 다큐멘터리만이 가지는 날것의 느낌, 진정성 같은 것들로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열고 그 사람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는 제작과정들이 다큐멘터리와 굉장히 닮았다고 생각해요. 아마 정통 다큐 쪽에서는 인정을 안 해주겠지만… 저는 가끔 우스갯 소리로 ‘다큐 같은 요상한 영화’ 정도로 칭하고 있습니다.


그럼 혹시 이 영화를 찍고 나서 그에 대한 마음에 변화가 있었나요?

정말 짝사랑을 깔끔하게 끝낸 것처럼 마음이 정리 됐어요. 다큐멘터리를 놓아줄 준비가 된 거죠. 다음에 어떤 영화를 찍어야할지 모를 정도로 깔끔하게 비워졌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로 계속 다큐멘터리 조연출 일을 하고 있어요. 이상한 일입니다 정말.


출연자 중에 철물점 아저씨나 경찰관 아빠는 혹시 비전문배우인가요? 너무 생활감 있는 캐릭터였어요.

두 분 다 배우가 아니고 실제 마을에 사시는 분들입니다. 아빠가 경찰이라는 설정은 있었지만 현장에서 로케이션 협의를 하면서 출연 제의를 드렸습니다. 철물점 아저씨는 시나리오에도 없던 인물이에요. 아저씨께서 가진 특유의 여유있는 태도와 고글도 없이 용접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이분이 담겨야 이 마을의 분위기가 살 것 같다’라는 생각에 평소 작업하시는 모습 그대로를 좀 담고 싶어 부탁드렸습니다. 제 최애 장면이에요. 용접 장면.


정동진독립영화제에 놀러간 신이 나오잖아요. 촬영 일정을 일부러 맞춘 거예요?

절대적으로 정동진 영화제 일정에 맞췄습니다.(웃음) 하나의 장면을 찍기 위한 핑계로 시나리오를 쓰기도 한다고, 봉준호 감독님이 그러셨잖아요. 저한테는 그 장면이 그랬어요. 나아가 그렇게 찍은 영화가 실제로 다음 해에 정동진에서 틀어지는 걸 보고 싶었어요. 메타를 좋아하나 봐요.




한샘과 윤아, 이듬은 각자 영화와 시, 음악을 좋아해요. 또 그것들을 통해 교감하는 존재들입니다. 이 캐릭터 설정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궁금하네요.

이 영화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상징을 담고 싶었어요. 영화라는 게 결국 이미지, 문학, 음악 종합적으로 모여서 잘 어우러져야 완성이 되는 거잖아요. 사실 이듬과 윤아를 만나기 전까지, 한샘에게는 이야기도 음악도 없었죠. 이미지뿐인 사람이었거든요. 기껏해야 파도나 들여다보는… 그치만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 그런 한샘이 다른 두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는 이미지가 이야기와 음악을 만나 영화가 된다는 발상으로 캐릭터를 설정하게 됐어요.


감독님은 이 영화를 무엇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우정과 예술에 대한 영화로 보였어요. 우정은 사랑의 또 다른 형태라고도 생각하고요. 명확하지 않고 설익은 사랑 같아 보이고요.

결국 이 영화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여러 방면으로 읽히기를 바랐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우정은 정말 설익은 사랑 같기도 해서 가끔 헷갈릴 정도예요. 그게 우정이든,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든, 사람에게 애정을 가지고 관계를 대하면 늘 이렇게 일종의 사랑의 모양을 띄게 되나봐요. 그럴수록 더 바보같은 행동도 많이하고… 전 아직도 관계가 어설퍼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쓸 것 같아요.

글 채소라 (필름다빈 매니저)

그림 정어리 (일러스트레이터)


[다빈씨네 영화방]은 매달 마지막 주, 단편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주로 짧은 러닝타임을 뒤로 하고 긴 여운을 남긴 주인공들의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