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다빈씨네 영화방 <소나기달>

: 박현영, 김희상 배우 인터뷰


야릇한 사운드와 그렇지 못한 비주얼로 발칙한 상상을 구현했다. 자동차 극장에 간 두 남녀가 어색한 공기를 뚫고 스킨십에 성공(?)하기까지, 빗겨나가는 듯 하다가 이어지는 두 남녀의 대화들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발칙한 설정이지만 은연중 드러나는 순수한 감성을 숨길 수 없던 이나경 감독과 박현영, 김희상 배우들의 동상이몽.


<소나기달>을 처음 봤을 때 어땠나요?

현영 시나리오를 읽고 만났거든요. 모든 라인이 그냥 다 웃기고 재미있어서 너무 빨리 하고 싶었어요. 그동안 이렇게 통통 튀고 원색적인 시나리오가 저한테는 잘 안 왔어요. 20대 젊은 사람들이 나올 법한 시나리오가 저에게 와서 의외였지만, 저는 너무 신났죠.(웃음)

희상 풋풋하고 어색하고 어딘가 요상한 데이트 이야기, 배우는 3명 정도라는 정보를 듣고시나리오를 봤어요. 정말 그렇더군요.(웃음) 맡게 될 역할이 재민이고, 순진함과 발칙함을 동시에 가져가야 하는 인물이라고 나경 감독이 소개해주셨어요. 잘 표현을 부탁한다면서요. 저는 “알겠습니다!”라고 했죠.

나경 희상 배우님이 카페에서 시나리오를 읽고 소리내서 웃었다고 하셔서 감사했습니다.

현영 여기에 성적인 코드들이 은근히 있는데, 누가 썼느냐가 중요하잖아요. 나경 감독님은 제 느낌에 아직 10대 같고 굉장히 순수하고,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런 스타일인데 이 시나리오를 가져오니까 약간 의외였어요.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마음속에 뭔가 품고 있어요. 항상 이면을 보면 겉으로 보이는 건 빙산의 일각이고요.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상상하게 되는데, 나경 감독님이 저에게 그런 의외성으로 큰 기쁨을 줬죠.


재치 있는 상황이라 그 안에서 제안할 수 있는 애드리브 연기나 아이디어도 많았을 것 같아요.

희상 제 기억이 맞다면... 처음에 우산 장면? 우산을 말없이 옆에 두면 되는 걸 굳이 “넣을게요?”라고 말하는 걸 제안했어요. 또 처음에는 안경 쓴 설정이 아니었는데 안경을 쓰겠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해요. 어리숙하게 보이려고요. 마지막에 안경을 벗는 행동으로 이어지면서 강렬한 인상을 주게 된 것 같습니다.

나경 덕분에 마지막에 안경 벗고 사슴눈빛 나오며 너무 잘 표현이 된 것 같습니다.(웃음)

현영 감독님이랑 상의하고 아이디어를 준다거나 하기는 하는데, 애드리브는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감독님보다 더 잘 쓸 수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그 시나리오 상황에 최대한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어떤 액션을 준비하거나 해요.


박현영 배우가 연기한 살구, 김희상 배우가 연기한 재민에 대해 어떻게 캐릭터 분석을 했나요?

희상 왜? 자동차 극장? 어떤 영화? 이것을 왜 재밌다고 하였을까? 노래는 왜 부르는 거고? 떡은 왜?...... 계속 “왜?”로 질문을 던지며 접근을 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가 정말 좋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가 재민의 행동이 활자로 다 녹아 있다는 점이었어요. 결국 살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녀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재민만의 노력이었던 건거죠. 저도 "살구 씨와 만나고 싶다", "그녀와 오늘 꼭 입맞춤을 하고 말거야!" 이런 극단적인 목표를 세우고 접근 했습니다!

현영 사실 살구를 보면서 감독님을 간접적으로 알아가는 거잖아요. 감독의 모습이 반영돼 있으니까 표현할 때 그걸 손상시키지 않으려고 더 집중했어요. ‘감독이 나를 택했으므로 그냥 한다’라고 생각하고, 매력이라는 것이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그럼 살구와 배우 박현영, 재민과 배우 김희상의 싱크로율은?

희상 한 60퍼센트 정도...?(웃음) 물론 저라면 그냥 일반 영화관을 갔을 것이고, 노래를 부르진 않았을 거 같네요. 쑥스러울 때 나오는 행동이나 말투는 닮은 거 같아요.

현영 일단 살구는 이름도 너무 귀엽고, 저는 너무 안 귀여워요.(웃음) 조금 더 풋풋하고 젊은 배우가 했어야 되나 혼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저는 당연히 다시 해도 다른 사람을 추천하지 않고 제가 하죠.(웃음) 놓칠 수 없어요.


이나경 감독의 상상에서 시작해 완성된 영화를 보고 가장 좋았던 장면을 꼽자면?

희상 "왜 화장실을 가냐..."라는 살구의 대사와 "왜 영화에만 집중하시지?"라고 하는 재민의 모습이 명장면입니다! 이 대사에 모든 목표가 담겨있거든요!

현영 살구가 남자 눈치를 보면서 쉬고 웃는 장면들이 다 좋아요. ‘이 남자 좀 어떻게 좀 해볼까’ 하고 더 음흉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너무 순수한 감독님 앞에서 내가 너무 주접스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웃음) 또 CG로 만든 달이 정말 소나기 내리듯이 막 뜨잖아요. 그럴 듯해서 되게 놀랐어요. 또 일본영화의 만화적인 컷들을 상상했는데 굉장히 일상적인 톤이어서 나경 감독의 감성이 보였던 것 같아요. 감독님의 삶에 대한 태도랑 되게 비슷하다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글 채소라 (필름다빈 매니저)

그림 정어리 (일러스트레이터)

[다빈씨네 영화방]은 매달 마지막 주, 단편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주로 짧은 러닝타임을 뒤로 하고 긴 여운을 남긴 주인공들의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