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다빈씨네 영화방 <Objet>

: 정재훈 감독 인터뷰


<Objet>는 빈 캔버스를 바라보는 미대생의 막막함으로 시작하고, 마침내 현실이 회화작품이 되는 판타지 같은 풍경으로 마무리 된다. 일을 벌인 사람도 본인이고 도와주는 사람도 본인밖에는 없는 창작자의 답답한 마음, 그 결정체 같은 영화다.

희수는 원하는 걸 찾았을까? 영화 오프닝에서 빈 캔버스를 바라보던 희수가 등장하니까, 그의 안부를 가장 먼저 묻고 싶었다. 희수는 아마도 자신이 생각하고 원하는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을 것 같다. 사실 오브제라는 영화를 만들 때 매너리즘을 이겨내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창작하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서 만들고 싶은 것 혹은 쓰고 싶은 것이 없는 게 당시에 가장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창작자로서 갈증을 느꼈나보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시기가 대학 졸업반이었다. 졸업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쓰고 싶고, 찍고 싶은 작품이 없었다. 그전까진 항상 엄청 많았는데... 왜 이러나 싶어서 생각을 하다가 그런 과정이 담긴 시나리오를 써보자 하고 <Objet>를 만들게 되었다.


역시... 미대생 희수가 백지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막막함이 느껴졌다. 그렇다. 항상 워드 백지만 보면 답답하다. 아무 말이나 치다가 끝나는 날도 있다.(웃음)

인상주의 미술가 모네의 화풍을 연상케 하는 희수의 그림들도 인상적이었다. 희수의 화풍은 어떻게 선택했나? 그림실력은 졸라맨 정도 되는데 보는 건 좋아한다. 전시도 여러 곳 보러 다니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힘들었을 때 우연히 전시에서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 라는 작품을 봤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되게 위안을 많이 받았었다.

영화 종반부에 CG로 나오는 그림은 ‘우병윤’이라는 작가가 그려주신 그림이다. 촬영 전 실제로 같이 그 장소에 갔다가, 작가님이 로케이션의 컨디션이나 구상한 느낌이 모네의 화풍이었다.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희수의 전체적인 그림들과 등장하는 그림들의 톤과 느낌을 어느 정도 맞추고자 선택했다. 우병윤 작가와 어떤 인연인가? 우병윤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이다. 영화를 구상하면서 그림을 부탁드렸다. ‘MUSEE’소속 화가였고 작가님과 디렉터를 맡은 송태영 디렉터님의 도움이 컸다. 단순 그림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에도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영화에 등장하는 희수의 그림들은 우병윤 화가님의 실제 작품들이고, 실사 그림을 스캔해서 영화에 CG작업으로 입히는 작업들을 진행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실사가 그림이 되는 효과를 물에 번지는 듯 하게 구현한 이유도 있을까? 그림에 대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직접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담기엔 단편영화의 시간적인 한계가 있다. 영화적인 템포가 늘어질까 우려되어 ‘희수가 그림을 그렸다’라는 표현을 시간적으로 건너뛰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CG를 맡아 작업해주신 작업자분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수정의 시간도 길었다. 최종적으로 가장 원하는 느낌에 닿은 것 같습니다.


다시 희수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왜 희수는 그림을 그리다 말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잃어버린 걸 찾게 됐을까? 어떤 일을 하다보면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주변이나 처한 상황에 이끌리는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동기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그래서 순수하게 처음 시작했던 때로 돌아가 그때의 마음을 찾아보고자 한 것 같다. 혹시 금붕어 모형? 맞다. 그 오브제가 순수했던 때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살던 곳으로 가는 이유는 자신의 기억과 다르거나 파편화된 모습이,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막막할 때 처음 시작했던 그 마음을 떠올려보는 편인가? 항상 떠올린다. 고등학생 때 마음 맞는 친구들과 처음 영화를 찍어봤던 때가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때다.

글 채소라 (필름다빈 매니저) 그림 정어리 (일러스트레이터) [다빈씨네 영화방]은 매달 마지막 주, 단편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주로 짧은 러닝타임을 뒤로 하고 긴 여운을 남긴 주인공들의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