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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씨네 영화방 <이혼합시다> 온전한 이해에 관한 한밤의 판타지

: 하수민 감독 인터뷰


아내 해수(김재화)는 차근차근 헤어짐을 준비해왔지만, 남편 상민(조민재)에게 아내의 이혼 통보는 날벼락 같은 헛소리 같기만 하고, 급기야 물에 젖은(?) 아내의 남자친구까지 등장한 상황. 이 황당한 판타지, 코미디 <이혼합시다>는 온전한 이해와 사랑이 진정 가능한 지 묻는 이야기다.


대개 단편영화는 각본, 연출을 모두 한 사람이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혼합시다>는 각본과 연출을 다른 사람이 맡았어요.

<이혼합시다>는 연극의 단막 희곡이었어요. 김홍기 감독님이 쓰신 그 대본을 저한테 주셨고, 제가 영화 각본으로 만들었죠.


영화에서 공간 활용에 대해 묻고 싶었어요. 진짜 연극 무대 같고 그 공간을 100% 다 활용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영화미술 스태프였어요. 연극에서는 테이블 하나 두고 둘이 마주보고 쭉 대화할 수 있는데, 영화에서는 그렇게 할 수는 없었어요. 물론 롱테이크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까지 제가 가지고 있는 장인 정신은 없어서… 고민도 많고 연습도 많이 했습니다.


연극 연습하다시피 했어요. 배우들이 시간을 (많이) 내주셨죠. 연극 연습실에서 테이블 배치를 해놓고 계속 연습하면서 다양하게 움직여보고, 동선도 짜보고요. 그러면서 촬영감독님, 저와 배우들이 한 일주일 정도 만났는데 특히 5일 정도는 같이 계속 카메라 두고 고민하며 만들었습니다.


남편 상민의 말이 해수에게 비수를 꽂아요. “지금 그게 중요하냐”, “그런 얘기 좀 나중에 해.” 흔히 하는 말이지만 무척 중요한 이혼 사유로 보이는 말입니다. 결국 해수가 슬픈 얼굴로 “노력한다고 했잖아” 할 때 마음이 쿵 내려 앉더라고요.

하여튼 감정선을 건드리는 말들은 거의 각본 작가님 솜씨예요. 김홍기 감독이 각본을 썼거든요. -김홍기 감독은 wave 오리지널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작가다.- 이렇게 주옥 같은 말들은 저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김홍기 감독님이 이혼에 대한 어떤 감성이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걸 잘 써주셨어요.


그렇지만 눈싸움을 하는 오프닝 시퀀스나 해수의 남자친구의 첫 등장 신을 어떻게 구현하느냐는 감독님의 몫이었을 것 같아요.

그 첫 등장이 정말 고민이었습니다. 조금은 해수에게 집중하고 싶었어요. 해수의 심리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전혀 몰랐던 한 존재가 나타나서 해수랑 떠나는 게, 정말 꿈인지 생시인이지 헷갈리게 한 거죠. 남편도 해수를 다 알지 못한다 생각했고, 그럴 때 나타난 낯선 남자는 해수의 또 다른 자아로 해석해봤어요. 해수의 자아가 해수를 데리고 간다는 느낌으로요. 대본에서 그 남자친구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그 남자가 잠수복을 입고 나타난 이유는 극 중 '심해어'를 좋아하는 해수와 물에서 처음 만났을 거라 상상했기 때문이에요. 물에서 나왔다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탄탄한 잠수복을 입었을 것이고요. 그렇게 심오한 의미는 없습니다.(웃음)


Editor 채소라

Illustrator 정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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