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편. 작년 한 해 만날 수 있었던 배우 김재화의 출연작 편수다. 2021년 최고작 <모가디슈>뿐만 아니라 <액션히어로> <좀비크러쉬> 등 독립 영화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이뿐이랴. TV를 틀면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SBS), [전지적 참견 시점](MBC), [어쩌다 사장](tvN)까지 접수.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가장 눈에 띄었다. 과연 2021년 가장 바쁜 대세 배우다.
그동안 배우 김재화는 필름다빈 SNS 게시물에 꾸준히도 댓글을 남겼다. 필름다빈 배급작이자, 김재화의 출연작을 홍보하는 글에 늘 “감사합니다”라며 직접 마음을 전해온 것. 출연작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없었다면 전하지 못했을, 매 작품 최선을 다한 배우만이 전할 수 있는 진심의 말이었다. 작은 한 마디에 필름다빈 멤버들 또한 진심 어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여기에도 댓글 달아주셨네” 한 마디와 함께.
스물한 번째 필름다빈 프로젝트 <김재화 배우전>을 기념해, 배우 김재화를 만났다. 인터뷰 전날 밤, <모가디슈> 조연상 후보로 올라 백상예술대상에 참석했던 그에게 시상식 중계로 먼저 봤다고 하자 “아, 지금부터 인터뷰 시작이죠?”라며 밝게 웃는 얼굴에 지친 기색은 전혀 없었다. 낮에도 드라마 촬영을 하고, 밤 9시 가까이 돼서 시작할 GV 행사에 참석하기 전이었음에도 대세 배우의 에너제틱한 품격은 대단했다. 그리고 그도 앞서간 선배들의 발자취에 위로받고 성장하는 한 사람이었다.
# 대세 배우 김재화

어제 TV로 백상예술대상에 나오신 거 봤는데.
너무 영광이었죠. 노미네이트 됐다고 했을 때 사실 놀랐어요. 실수 아닌가? 할 정도로.
좋은 작품으로 워낙 바쁘셨잖아요. <모가디슈>, <싱크홀>에 <액션히어로>에...
아무튼, 많았어요. <싸나희 순정>도 있었고…. 열심히 했다고 불러주신 건가 보다 그렇게 스스로 의미를 두고 참석했지요. 제가 그분들 사이에 같이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고, 또 시간이 금방 지나갔어요. 값지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인상적이었고 대단하다고 느꼈던 게, 필름다빈 SNS에 출연작 소식을 올리면 배우님이 항상 댓글 달아주셨잖아요.
맞아요~ 정말 감사해서요. 제가 출연하는 독립 영화들이 되게 소중하거든요. 저한테는 사실 홍보 창구나 감사 인사를 전할 창구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감사 인사를 드렸던 것도 저한테는 행복이었어요.
저희에게도 행복이었습니다. 이번에 배우전 하는 소감은 어떠세요?
부모님께 이 포스터를 보여드렸어요. 그리고 첫 GV 했던 사진들도 찍어서 보내드리고요. 너무 자랑스러워하시더라고요. 제 이름을 건 배우전이라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지난번 GV 모더레이터 하셨던 이은선 기자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이제 편수가 되신 거다.” 그래 그러고 보니까 독립 영화를 이렇게 좀 찍었고, 그중에서도 작품이 상 받고 화제가 됐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죠. 감사밖에 없어요.
사실은 상업 영화에서 익숙했던 배우가 독립 영화를 찍는 느낌은 정말 새로워요. 예를 들면, 구교환 배우처럼 독립 영화에서 시작하지는 않으시기도 했죠.
학생 때 친구가 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 워크숍에서 찍은 <영숙이 블루스>라는 작품이 있긴 있어요. 그 후에 바로 <하모니>라는 영화 오디션을 보고 상업 영화에 들어가게 됐던 거죠. 저는 배우가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을 다 사랑해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연극 그중에서도 저는 거리극도 많이 했거든요. 대학생 때 선배들 그리고 다른 학교 친구들하고 팀을 만들어서 해외 공연을 다니기도 했어요. 1년 2개월 동안 공연을 하면서 세계를 돌아다녔었어요. 거리 공연도 많이 했고 또 극장 안에서 하는 공연도 했고 대극장, 소극장 할 거 없이... 때로는 객석이 별로 없는 그런 극장에서 공연도 했고. 또 뮤지컬, 국악 뮤지컬도 했었고.
독립 장편, 단편, 상업화, 드라마 이런 것들이 저에게는 경계가 크게 없어요. GV 행사 때 뭐가 어떻게 다르냐는 관객분의 질문을 받았는데, 사실 마음속에 있는 애정도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 배우전 상영작 <불모지> <이혼합시다> <중성화> <다운>

상영작 네 편을 보면 맡은 역할에 고유한 위트가 있어요. 장난기가 어려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한 사람이 하다 보니까 그런 게 묻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인물로서 제가 연기한 저의 화법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장난이나 웃음을 주려고 했던 그런 느낌은 전혀 아니었는데, 심각한 상황 속에 그런 말의 재미를 느끼셨던 건가 봐요.
영화 네 편 각각의 첫 느낌이 어떠셨어요? 기억이 나실지 모르겠지만 불모지부터.
<불모지>는 빠르게 답변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대본을 정말 빨리 읽고 ‘강렬하다! 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말씀을 드렸어요. 그 후에 감독님을 엄청나게 괴롭혔어요. 리딩도 많이 하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만나고, 도대체 어떤 사업을 어떻게 추진했고 이 사람들의 관계는 뭐고 내 남편은 어떤 일을 했고... 꼬치꼬치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혼합시다>의 하수민 감독님은 원래 영화 미술감독을 하셨어요. 지금은 연극 연출을 하시고요. 몇 년 전에 <육쌍둥이>라는 연극을 같이 하자고 대본을 주셨는데, 막 한창 읽고 있을 때 제가 임신한 걸 알게 된 거예요. 그때 같이 못 한 적이 있었어요. 그랬는데 그 후에 <이혼합시다>로 다시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상대역은 영화 <코리아>로 친해진 조민재 배우였고요. 저는 당시에 둘째 아이도 낳고 <김과장>이라는 드라마를 찍을 때였지만 그래도 해수 역할을 너무 해보고 싶었어요.
<중성화>는 <이혼합시다>의 원작을 쓰셨던 김홍기 감독님이 직접 연출을 또 한다고 했어요. 해수와 상민 이야기인데 사실 비하인드가 열일곱 번인가 대본을 고쳤어요. 같이 회의하고 그랬던…. 욕심이 많아지고 또 이것도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바쁜 와중에 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다운>은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너무 공감하는 내용이었고요. 저는 양수 검사를 안 해도 되는 딱 나이에 임신했거든요. 노산과 노산이 아닌 시기 사이에 애를 낳았어요.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고 되게 사회적으로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하고 싶었고 배우로서도 욕심이 났어요. 너무 길게 얘기했죠. 시간 있나요. 시간은 충분하군요. 정보가 너무 많아서 나중에 쓰실 때 힘드시겠어요.
영화를 보면 배우님한테 기대하는 건 이런 것 같아요. ‘저 장면에서 김재화의 아이디어는 뭘까?’ 특히 <이혼합시다>에서 새로 생긴 연인과 특이한 몸짓으로 인사를 한다든지, 그런 신신한 캐릭터를 연기하실 때.
그건 트뤼포의 작품을 오마주 한 거였어요. 어떤 특별한 건 아니고, 작품에 관해서 얘기하다 보면 그때그때 나오는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감독님이랑 현장에서 또는 상대 배역이랑 얘기하면서 나와요. 상업 영화보다는 감독님들 만날 기회도 많다 보니 같이 좀 쌓아가는 것 같아요.
# 김재화의 영화, 그리고 연기

연기할 때 추앙하는, 롤모델 있나요?
롤모델 너무 많아요. 요새 염정아 선배님을 제 인생의 롤모델로 삼고, 그다음에 김혜수 선배님! 작년에 류승완 감독님의 <밀수>라는 작품을 찍었어요. 그때 그 두 분의 연기와... 삶과...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너무 많았어요. 또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님까지. 사진을 뽑아서 붙이고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은 요즘 깨달음을 받고 배우고 있어요.
아직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지만, 김혜수 선배님한테는 현장에서 사람들을 포용하는 에너지를 배웠어요. 그냥 사랑이면 다 되는구나, 선배님 통해서 몸소 배웠죠. (염)정아 선배님은 어머니이자 배우잖아요. 저도 늘 스트레스받는 부분이고 둘 다 잘하고 싶은데, 내 성에 찰 만큼 못해서 늘 스트레스받거든요. 선배님은 그 두 가지를 완벽하게 해내시는 분이니까 제가 따를 수밖에 없어요.
저는 17살 때부터 예고를 다녔고 연기로 돈을 벌지는 않았지만, 배우로서 그때부터 훈련과 작업을 쭉 해나가고 있는데, 엄마가 된 지는 얼마 안 됐거든요. 그러니까 급작스러운 이 상황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책임져야 하는 부분들이고. 이럴 때 자꾸 어머니의 역할이냐, 배우냐 경중을 따지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어머니에 기울어요. 왜냐하면, 내가 낳은 자식들을 내가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하지만 어머니가 되기 전부터 해왔던 내 일들을 포기하자니 너무 아깝고. 그럴 때 강혜정 대표님이 해주신 조언은 이거였어요.
“지금 여기서 포기하면 내 아이들도 똑같이, 그 아이들도 이만큼 힘들 때 포기한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
그 말씀이 되게 제 가슴을 빵 쳤어요. 염정아, 김혜수, 강혜정 세 분이 요새 저의 롤모델이에요. 혜수 선배님이 진짜 되게 너무 감사한 말을 해주셨어요. 이건 아마 어떤 배우들에게나 자기를 위한 말일 거라고 생각할 텐데, “잘하는 배우는 언제가 됐든 발굴된다. 포기하지 말고 해라” 이런 얘기해 주셨어요. 또 정아 선배님도 비슷하게 말씀해주셨어요. “후대에 지금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누가 더 훌륭한 배우라고 평가받을지 모른다. 지금 너의 상황에 따라서 괜히 움츠러들거나 힘들어하지 말아라. 앞으로 미래는 더 많이 남아 있다.” 앞길의 청사진을 그려주시는 말씀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계속 연기를 하시겠네요. 고민은 많으시겠지만….
배우전을 했기 때문에 일단 해야 해요. (웃음)

좋아하는 영화나 장르도 궁금해요.
페넬로페 크루즈 나오는 스페인 영화 <귀향> 좋아해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님 영화! 감독님이랑 나랑 약간 비슷한 과의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에너지나 색채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 보면 약간의 광기도 있고. 가족 간의 이야기를 그린 그 영화 좋아하고요. <8명의 여인들> 좋아해요. 프랑소와 오종 감독님 좋고요. 또 벨기에 영화 <세라핀>도 좋아해요. 다 여자 이야기네요. <세라핀> 주인공은 실제 인물이에요. 자연에서 나오는 염료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인데, 하녀로 일했던 분이래요. 그런데 집주인에 의해 발굴된 사람이죠. 세라핀 루이를 연기한 욜랭드 모로가 너무너무 멋있었어요.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다면 나이가 얼른 들었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겠지만 좀 배우들의 특권인 것 같아요. 사람은 어쨌든 살아가면서 계속 본인의 세계가 넓어지잖아요. 알고 느끼는 것들이 깊어지고 배우는 그걸 최대한 발휘하는 직업이니까.
맞아요. 그래서 나이 들어감이 하나도 저는 두렵지도 않아요, 오히려 훨씬 더 기대되고 어제 시상식에서도 여러 선배님, 후배님 뵙고 많이 느꼈었어요. 참 멋있다. 저렇게 되고 싶다.
최근에도 단편 영화 작업을 하셨죠.
최근에도 찍었어요. 구교환 씨, 이옥섭 감독이랑 같이 이마트 주차장에서요. <대리운전 브이로그>라고, 극장 상영도 했는데 짜릿하고 재밌었어요. 너무 행복했고. 박명신 선배님까지 해서 저희가 <모가디슈> 멤버들이거든요. 교환이가 만들어준 커다란 틀은 있었지만, 그 안에서 주고받은 것 중에 많은 부분은 이제 즉흥이었는데, 서로서로 즉흥으로 주고받고 했어요. 이제 그 틀 안에서 움직였을 때 하나도 어긋나는 것 없이 너무 좋았어요. 교환이랑 작업 또 할 수 있다면 계속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장편, 단편 구분 없이 계속 김재화 배우를 만날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단편 영화에서 많이 뵀으면 좋겠어요.
독립 영화와 단편을 계속하는 이유는 배우의 욕심을 채울 수 있어서예요. 너무 충만한 느낌이 들어서 감사해요. 저를 새로운 모습을 계속 발굴해 주시는 감독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래서 아마 이 작업은 그냥 할머니 될 때까지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에디터 채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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