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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씨네 영화방 <다운> 소중한 생명 앞에서 머뭇거릴 수밖에



: 이우수 감독 인터뷰


임신 11~12주가 되면 산모는 태아의 다운증후군 진단받는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예비 엄마, 아빠는 그 여부를 알게 된다. 김재화, 윤경호 배우 주연의 단편영화 <다운>은 이와 관련한 이우수 감독의 경험과 고민에서 비롯된 매우 현실적인 작품이다.

생명의 탄생을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을 때, 부모의 마음은 그 누구도 감히 헤아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우수 감독은 고민의 시작과 함께 <다운>을 만들기 시작했고, 고민 끝에 결말을 바꾸기도 했다. 감독의 마음에서도 요동치던 이야기를 보고 나면, 너무나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 덕에 일생일대의 난관을 마주한 이 부부와 함께 깊이 고민하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임신 중 태아의 다운증후군 검사’라는 소재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결혼하고 출산 준비를 한 제 경험이에요. 임신하면 검사를 6개월 정도에 하거든요. 초기에 하는 게 아니라…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쯤 돼서 만약에 이게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럼 어쩔 건데? 해결책이 있나?’ 아주 초반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무 의미가 없는 상황 속에서 되게 웃긴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구나’ 화가 나서 시나리오를 썼죠.


그럼 촬영할 때는 마음이 바뀌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상황도, 저도 바뀌고 다 바뀌는 느낌이었어요. 제 태도가 바뀌면서 처음에는 되게 비판적이었거든요. 물론 이상이 있다고 무조건 낙태를 할 수 있게 해줘야 된다는 것도 좀 지금은 저는 약간 회의적으로 생각하지만, 그 당시에는 당연히 해줘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키워줄 것도 아니고 솔직히 낳고 나면 부모가 알아서 다 키워야 되잖아요. 그런데 낙태를 불법으로 해놓으니까 결국 무조건 낳으라는 게 폭력적이라고 느꼈거든요. 태아 입장에서는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저는 부모의 입장에서 계속 얘기해서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 결론이 바뀐 거죠. 처음에는 선택할 수 없는 상황으로 엔딩을 냈다가 이제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으로 끝을 낸 것 같아요.



조금 회의적인 태도가 아직 좀 남아 있는 부분이 남아있는 것 같기는 해요. 최종 선택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낙태를 고민하는 분량은 적었단 점에서요. 뭐 그게 보통의 경우겠죠.

물론 이제 내적인 고민은 갈등은 있었겠지만 선택은 분명했거든요. 낙태하겠다. 그런데 막상 병원에 가서 ‘이거 아닌가’라는 그런 태도라고 생각했죠. 서툴러서 표현을 못 한 걸 수도… 저는 배우한테서 그냥 고민의 모습이 풍겨져야 된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저 여자가 되게 고민이 많구나 속이 막 이렇게 전쟁이구나’라는 게 그때도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하고 찍었거든요. 고민을 엄청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여자가 이렇게 그걸 드러내지 않는 게 좀 좋았고요.


방금 말씀하신 맥락에서 두 가지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하나는 병원에서 전화 온 거 받을 때 그 순간 터널로 들어가는 장면.

서울에서 차 물고 양평 가는 길에 팔당터널이 한 네 개인가 세 개인가 겹쳐 있거든요. 처음에 결과를 받게 됐을 때 어떻게 이걸 효과적으로 보여줄까 하다가 빛과 어둠이 교차되게 했으면 좋겠다 했어요.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게 의도였어요. 순간순간 ‘무슨 일이야’ 하다가 분위기상 뭔가 안 좋은 일이 버려진 것 같다는 느낌.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요. 김재화 배우가 병실 침대에 걸터 앉아서 아무도 안 보니까 울다가 나가고, 그 후 남편이 그 침대에서 눈물을 닦고요. 교대로 혼자 있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 공교롭게 한 공간 같은 침대에 있더라고요. 두 사람은 생각이 같든 다르든, 피하고 싶은 인생의 어떤 순간에 갇혀 있는 인물들 같았습니다.

두 사람을 그렇게 앉히는 것은 큰 의미를 두고 한 건 아니었어요. 사실 관객의 몫이니까요. 저는 카메라를 움직이면 안 되겠다 생각했어요. 저희 큰 고민은 너무 이렇게 떨어뜨려 놓았으니까 한 번 정도 이렇게 밀고 들어갈까? 아니면 애초 하던 것처럼 그냥 찍을까? 하다가 작위적으로 강조하는 게 싫었어요. 말씀하신 포인트는 맞아요. 김재화 배우가 혼자 있기를 바랐어요. 혼자 있을 때 유일하게 감정이 한 번 정도 보여줬으면 좋겠다. 운다는 게 뻔한 표현이지만 어찌 됐든 현실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얼마 전 필름다빈 프로젝트 <김재화 배우전>으로 오랜만에 김재화 배우와 만났었죠. 촬영 당시에 나눈 이야기도 궁금해요.

촬영할 때는 특히 엔딩에서 감정 표현을 하지 말라고 했어요. 슬프지만 드러내지 말고 그냥 무심한 척해달라고요. 남편과 둘이 있을 때는 절대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감춰달라고 했던 것 같아요. 또 영화 초반에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재화 배우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진단을 받기 전까지 남편과 장난치거나 하는 모습이요. 물론 김재화 배우가 코믹한 건 알았는데 코믹하지 않은 연기도 되게 잘하실 거라고 생각해서 캐스팅을 했어요. 역시나 믿기지 않는 상황에서 현실 부정을 하는 연기부터 너무 잘 해주셨어요.


Editor 채소라

Illustrator 정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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