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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씨네 영화방 <씨티백> 그들은 유령이 아닙니다


10대 청소년기에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들은 단지 몇 가지 사례만으로 으레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성장한다. 고등학생 시절, 문제아로 여겨졌던 친구를 잃고 상처받은 적이 있는 황선영 감독은 어른이 되어 세상을 떠난 친구를 떠올리며 <씨티백>을 만들었다. 사실 어른들 모두가 청소년 시기를 지나왔는데, 왜 청소년들은 죽은 이후로도 차가운 시선을 감당하며 유령처럼 사라져야 했을까?


에세이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로 영화를 소개하셨죠.

2009년 고등학교 2학년 때 경험이 들어가 있어요. 그때 친구 기현이가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는 걸 갑작스럽게 듣게 됐어요. 영화에도 나오긴 하는데 이런 식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걔 맨날 오토바이 타더니 뭐 그럴 줄 알았어.’

2009년 시절 감독님의 경험과 2019년 촬영 당시의 비슷한 경험을 가진 학생들을 함께 카메라에 담아냈네요. 영화를 처음 만든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2년도에 학교 과제로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가 엎어졌었어요. 저의 경험을 살려서 하다보니 그때는 제가 너무 감정적이었어요. 기술적으로도 더 준비해서 찍고 싶었기도 했고요.

그러던 중에 보호 관찰 받는 친구들이 모여서 자서전을 쓰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제가 거기에 카메라 기록으로 참여를 하게 됐어요. 프로젝트 이후로도 친하게 지내던 한 친구가 어떤 사건으로 갑작스럽게 연락이 끊겨버렸어요. 비슷한 상실감에 대해서 화가 난다 이런 감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이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계속해서 이 주제를 해결하지 않고 가면 좀 제가 마음이 안 좋을 것 같은 거예요.

‘2009년의 목소리’로 표현한 자료음성에 대해서도 더 듣고 싶어요. 과거의 인물을 소환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저랑 이제 중학생 시절 같이 생활했던 친구들입니다. 특히 죽은 기현이의 친구들이고요. 기현이 얘기가 아니더라도 그 당시를 기억하는 데 있어서 지난 일이고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거잖아요. 그래서 얼굴을 직접 보여주기 보다는 형태 없는 소리로만 하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기현이도 그렇고 오토바이를 타는 청소년들이 좀 유령 같다고 느꼈거든요. 도시 어디에나 있지만 사실 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청소년이 오토바이를 타는 게 어른들한테 지적받기만 하는 일이기는 하니까요.

첫 번째로 들었던 생각은 혐오를 당하는 구조 안에 좀 취약하게 놓인 집단이었어요. 소수자가 아닌데도 여성이랑 청소년 이렇게 두 부류가 가장 큰 것 같아요. 모두가 다 청소년 시기를 거쳐서 오잖아요. 당연히 이게 규범이고 너무 명확한 거지만, 사실 그걸 어겼다고 해서 혐오를 당하거나 손가락질을 당하거나 혹은 청소년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모두 묵인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경계가 너무 이분법적으로 나뉜다느느 부분에서 답답한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말씀이네요. 규범을 어겼다고 해서 혐오의 대상이 되면 안 되죠. 특히 청소년은 교육받고 보호받는 게 먼저니까요.

분명히 지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이상의 어떤 다른 가치평가가 이루어지는 게 좀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오토바이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많이들 해요. 그런데 생각보다 노동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엄청 많은 거예요. 그 친구들한테 배달 노동을 하는 것 자체가 본인들이 먹고 살아야 하고 놀아야 하고 돈이 필요하니까, 성인과 똑같이 돈을 버는 거예요. 심지어 그때는 저도 졸업작품 한다고 돈이 없어서, 그 친구들이 저보다 돈을 더 잘 벌었어요.(웃음) ‘너도 일하러 가야 되는구나. 나도 돈 벌러 갈게’ 이런 자연스러운 관계가 생겼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혹시 2019년에 주인공들을 만나고 나서 인식의 전환이 되기도 했나요?

학생들이 본인은 늘 하면 안 되고, 혼나야 하는 사람이어서 무언가를 하려면 숨어서 해야 했대요. 그런데 촬영하면서 정당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사진 찍고 작업을 할 때 되게 처음에는 ‘왜 이걸 해야 하냐, 귀찮아’ 했었는데,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보니까 ‘작업이 되게 재미있어, 엄청 재미있어’ 할 때 기분 좋았어요.

앞으로도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실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씨티백>은 많이 잘려있는 작업이에요. 단편영화이기도 하고요.다음 작업은 10대말~20대 초반의 여자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아직은 소재만 가지고 있는 기획 초반 단계에 있습니다.


Editor 채소라

Illustrator 정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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